이번에도 이 책 저 책 전전하다가 또또 내 입맛에 맞는 스릴러 소설 하나를 다 읽었다.
정해연 작가의 <홍학의 자리> 이다.
'다현이를 죽인 사람은 누구일까?'
위 마지막 문장으로 프롤로그가 끝나고 본격적인 챕터가 시작한다.
(솔직히 정확히 저 문장인지는 사실 기억안나고 아무튼 대충 저런 뉘앙스)
시체를 유기하는 것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시체유기하는 자가 진범은 아니라는 것을 깔고 가는 것으로 맺으며 끝나는 프롤로그가 꽤나 인상적이였다.
책은 김준후의 시점 위주로 전개된다.
채다현과 불륜관계였던 김준후, 자신의 반에서 자신의 학생과 관계를 가졌던 김준후, 관계 후 그 반에서 목이 칼에 찔린 채 죽어버린 채다현을 발견한 김준후, 그의 체내에서 발견될 정액때문에 자신을 사랑했던 (어쩌면) 사랑하는 관계였던 이이자 자기 반 학생을 119에 신고하기 보단 유기하기로 마음먹은 김준후, 안타까움은 잠시이고 사건 수사에서 범인이 될까 두려운 김준후, 하지만 자신이 범인으로 지목되지 않을 것이란 확신 비슷한 것이 있는 김준후, 와이프와 사이가 좋지 않은 김준후
등등의 김준후의 심리나 상황 등과 채다현 살인사건 수사를 맡은 강치수 형사의 사건 범인을 찾는 수사, 그 수사를 따라 용의자로 떠오르는 몇명의 김준후 및 채다현의 주변 인물.
처음을 다현을 죽인 건 누구일까?로 시작했던 김준후의 심리는 갈 수록 진범에 대해 궁금해 하기 보단 자신의 시체유기 범행이 드러나지 않기만을 바라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진다.
처음에는 사회적 체면을 중요시하는 김준후란 인물이 처한 상황에 이입하며 나도 모르게 김준후의 심정을 합리화하면서 글을 읽어나갔다. (물론 유부남 놈이 지 학생이랑 그렇고 그런 짓까지 하면서 끝이 시체유기인거 까지 이 놈 이거 인간 아니네 싶은 생각을 하긴 했으나..)
이 소설을 읽고 나서 느낀 것은
첫번째는, 내가 생각보다 선입견이 꽤 있는 사람이였다는 것. 어쩌면 사람들의 그런 인식이 이 소설의 반전을 완성시키는 것일거다. 작가가 일부러 그렇게 의도했을 수도 있으나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 했으니까.(채다현을 칼로 찌르고 목을 매단 진범에 대해서는 소설 중간 어느 정도 유추가능한 힌트가 있다.)
두번째는, 이 소설 어쩌면 한국식 하이퍼 리얼리즘일지도..?
채다현은 혼자사는 고등학생이다. 엄마는 사기 사건으로 교도소 갔다가 그 곳에서 자살했고, 자신을 키워줬던 할머니는 돌아가셨다. 그리고 친했던 친구는 자신의 엄마의 사기사건 피해자로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었다. 피해자들이 채다현에게 전화해 울분을 토해낸다. 엄마의 사기로 채다현이 득을 본 건 아무것도 없음에도. 그리고 그 엄마가 자살로 마무리되어 그렇지 형도 3년 받았다. 죽지 않고, 사기 친 돈을 차명계좌로 빼돌렸다면 아마 3년도 채 살지 않고 모범수로 2년 몇개월만에 나와서 호위호식 했을 수도(아마 우리 나라 많은 사기꾼들이 이럴듯 ㅋ)
그리고 그런 채다현의 할머니 장례를 김준후가 치뤄줬고 그걸 계기로 내연관계가 되었다.
외롭고, 정신이 성숙되지 않은 미성년자를, 선생이란 사람이...?(다시 생각해도 주인공남 인성 다 뒤진듯..)
정말이지 위 기술한 모든 일이 비단 소설 속 이야기만 같지 않았다.
오히려 소설 같았던 건 채다현의 엄마가 교도소에서 자살한 것이다. 아마 채다현을 좀 더 불행하게 만들기 위한 소설적 허용 정도라 생각했다.
그 중에서도 내가 진짜 하이퍼 하이퍼 리얼리즘이라 느꼈던 부분은 모든 진실이 밝혀진 마지막 부분이다.
김준후는 시체유기 트릭이 밝혀져 결국 구속된다.
하지만 그의 아내가 그의 변호사 비용을 댄다. 김준후가 한 짓을 다 알고 있음에도.(?? 왜 그랬는지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지만?? 경제적 이유에서 일 수도있다. 경력이 단절된 많은 여성들이 경제적 이유로 이혼하지 못 하니까. 하지만 미성년자 의제강간, 시체유기 등등의 죄를 지은 사람에게 경제력을 기대하면서까지 이혼하지 않는 건 왜일까? 심지어 변호사 비용까지 지불하면서)
그녀가 고용한 변호사는 그에게 시체유기, 미성년자 의제강간죄가 성립되어 3년 정도 받을 거라고 한다. 채다현이 16세 이상이였다면 의제강간도 성립되지 않아 2년 이하로 받았을텐데 아쉽다는 듯이 이야기한다. 그러면서도 모범수로 살다보면 2년 안에 나올거라 위로한다.
그리고 김준후는 아내에게도, 채다현에게도 누구에게도 미안해하지 않는다.
반전도 반전이지만 저 마지막 때문에 꽤나 찝-찌입 씁쓸했던 소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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